WORLD REPORT | VADUZ TeleGen : Kunst und Ferns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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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 공국(公國) 파두츠미술관(Kunstmuseum Liechtenstein, Vaduz)에서 2월 19일부터 5월 16일까지 〈텔레젠:아트와 텔레비전(TeleGen:Kunst und Kernsehen), 이하 ‘텔레젠’〉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동시대 시각예술에서 텔레비전이 가지는 의미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텔레비전과 예술 간의 다양하고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텔레비전의 과거와 미래, ‘텔레비주얼’의 얼굴

김희영 국민대 교수, 미술사

이 전시는 독일 라이프치히 미술대학 (Academy of Visual Arts(HGB), Leipzig) 미술사-미디어이론학과 교수인 디터 다니엘스(Dieter Daniels)이 기획했다. 다니엘스는 예술과 음악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미디어 역사와 미디어 아트를 연구해 온 인물로, 1984년 <본 비디오날레(Videonale Bonn)>의 창설자이며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의 비디오소장 기획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미디어 아트 분야의 권위자인 다니엘스가 기획한 이 전시의 취지는 동시대의 다양한 예술적 실행 안에서 텔레비전과 예술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본 쿤스트뮤지엄(Kunstmuseum, Bonn) (2015.10.1~1.17) 전시의 순회전이기도 한 <텔레젠>은 텔레비전이 대중매체로 자리를 잡은 1964년의 상황에서 출발해 TV 형태와 채널이 다양해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핀다.
이 전시는 크게 역사적 부문과 현재 부문으로 나뉜다. 역사적 부문은 1960년대에 텔레비전 이미지 혹은 텔레비전 세트 자체를 오브제나 기록물로 다룬 작품들, 즉 비디오아트 출현 이전의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화에서 보이는 텔레비주얼(televisual)한 양상을 다룬 작업들을 포괄한다. 현재 부문은 한때 지배적이었던 텔레비전 매체가 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디지털화, 변종화, 매체융합의 시기를 거치면서 해체되는 징후를 다룬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텔레비전은 기술적인 대중매체일 뿐 아니라, 세계를 구축하는 도구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사색을 위한 공간, 사회적 의미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이해된다.
또한 <텔레젠>은 텔레비전과 시각문화 간의 관계가 격변해 온 과정을 예술가들의 반응과 연계하여 보여준다. 역사적인 자료와 현재의 작업이 서로 연결되면서 전개되는 7개의 장으로 구성된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준다.
텔레비전의 이미지와 메커니즘을 다루기 시작한 1960년대의 자료와 작품을 보여주는 첫 번째 방은 ‘Once upon a time’의 주제로 제시된다. <텔레젠>이 마련된 미술관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계단이 끝나는 벽 전면에 투사된 브루스 코너(Bruce Conner)의 〈Report〉(1963~1967)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 작업은 텔레비전에 보도되는 사건을 다양하게 편집하는 초기 단계의 양식을 보여준다. 코너는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 시내에서 자동차 퍼레이드 중 암살당한 존 F 케네디(JFK)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뤘다. 그는 이 사건을 보도하는 TV 화면에서 이미지들과 소리들을 녹화하고 편집하여 실제 암살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독자적인 양식 실험을 제시하였다. 이 작업에 이어서 배우이자 작가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의 〈JFK Funeral Suite〉가 전시된다. 호퍼 역시 1963년 11월 JFK 암살 뉴스에 충격을 받고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도된 JFK 장례식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하였다.
한편 군터 웨커(Gunther Uecker)의 〈TV〉는 프랑크푸르트의 갤러리에서 그가 구입한 TV 수상기에 못을 박아 현대인의 소비와 텔레비전 청취 행태를 도전적으로 비판한 사건을 보여준다. 이처럼 텔레비전이 지배하는 문화를 거부하는 입장은 볼프 보스텔(Wolf Vostell)이 해프닝을 융합한 작업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그가 텔레비전 수상기와 일상에서 수집한 철조망, 자동차부품, 신문 등의 오브제로 구성한 아상블라주 작업 〈Deutscher Ausblick〉(1958~1959)이 전시되었다. 보스텔은 이 작업을 대중매체의 소음을 분절시킨다는 의미에서 데콜라주(De-coll/age)라고 칭했다. 전원을 켠 텔레비전 수상기를 아상블라주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처음 시작하였고, 이 작업의 파괴적인 요소는 이후 1963년 뉴저지에서 실행된 해프닝에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땅에 묻는 상징적인 작업인 〈TV-Burying〉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1960년대 실험작을 소개하는 중요한 장이었던 부버탈(Wuppertal)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1963년 3월에 전시되었던 백남준의 〈Exposition of Music: Electronic Television〉의 일부인 다음 네 작품을 <텔레젠>의 첫 번째 방에서 볼 수 있다. 〈Magnet TV〉(1965/1995), 〈Zen for TV〉(1963/1995), 〈TV Experiment(Mixed Microphones)〉(1969/1995), 〈Sound Wave Input on Two TV Sets(vertical/horizontal)〉(1963/1995)는 1960년대 초반 백남준의 선도적인 실험을 보여준다.
이 작업과 함께 전시된 〈Study I-Mayor Lindsay〉(1965)는 그가 1965년 뉴욕으로 이주한 직후에 홈비디오 녹화기(Sony CV-2000/TCV-2010)를 사용해 제작한 것으로, 텔레비전 방송을 직접 녹화한 이미지로 작업한 것을 텔레비전 스크린에서 다시 보여준 최초의 실험이다. 이 작업은 코너와 보스텔이 텔레비전에서 상영된 이미지를 필름에 녹화하여 편집한 이미지를 투사하는 방식과 구분되는 ‘랜덤 액세스(random access)’ 비디오 작업이다.
백남준 작업과 인접하여 전시된 존 케이지(John Cage)의 〈Water Walk〉 (1959)는 케이지가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하여 실연한 퍼포먼스를 통해 소리에 대한 자신의 실험적인 접근을 대중에게 소개한 것으로 1960년대 전후 텔레비전을 통한 전위적인 실험을 대중적으로 공유하려는 보여준다. 이외에도 1960년대에 텔레비전 수상기나 텔레비전 화면을 다루는 폴 텍(Paul Thek), 톰 웨셀만(Tom Wesselmann), 파비오 마우리(Fabio Mauri)의 회화작품도 소개된다.
역사적인 실험 작품들로 구성된 첫 번째 방을 지나면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텔레비전과 예술의 관계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작업이 펼쳐진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뉴스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언급, 과장된 사건 보도, 방송의 형식을 차용한 예술가의 입장 표명(크리스티앙 얀코브스키(Christian Jankowski), 〈Discourse News〉(2012)), 방송국의 권위에 대한 역설적인 발언(Caroline Hake, 〈Monitor〉(1998~2002)), 드라마의 인물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특정한 감정적인 동작(줄리앙 로즈펠트(Julian Rosefeldt), 〈Soap Sample〉(2000~2001)), 방송매체에 의해 조작된 이미지가 집단의 기억에 미치는 힘에 대한 발언(토마스 데만트(Thomas Demand), 〈Studio〉(1997)), 파편적인 텔레비전 광고이미지로 제시된 보통 사람의 일상(하룬 파로키(Harun Farocki, 〈Ein Tag im Leben der Endverbraucher〉(1993)), 텔레비전 수상기의 진화가 가져온 이미지의 변화 (사이먼 데니(Simon Denny), 〈Deep Sea Vaudeo〉(2009)), 인터넷을 통한 이미지 정보 수용을 다루는 작업(로버트 사크로브스키(Robert Sakrowski), 〈Analog Switch-Off〉(2015)) 등이다.
<텔레젠>은 1960년대 이후 텔레비전 매체가 발전하고 보급되면서 현대인의 시각문화에 미친 영향과 텔레비전 매체의 특정한 내용에 대하여 예술적으로 고찰한다. 향후 텔레비전 매체가 나아갈 방향과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기회를 제시한다. 이 전시는 협의의 텔레비전-비디오-아트 작업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회화, 조각, 사진,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인터넷을 포괄하는 다양한 장르에 걸친 ‘텔레비주얼’의 의미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재고한 진지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

위 Christoph Draeger & Reynold Reynolds <The Last News> 2002 MiniDV, transferred to DVD, color, sound, 13’00” Courtesy of the artists, Lokal30, Warsaw and Galerie Zink,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