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광복 70주년, 한국미술 70년

서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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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프로젝트> 7.21~9.29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시각문화로 바라본 북한의 오늘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분단의 현실 앞에서 광복은 미완의 상태이다. 오늘(2015년 7월 23일자) 뉴스 보도를 들으니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 민간단체가 개성에서 사전접촉을 했다고 한다. 여러 갈등과 어려움이 예상되기에 구체적인 합의와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럼에도 분단을 넘어서 남북한이 함께 광복을 기념하고자 논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슬픔이 교차하는 이 땅에서 통일은 우리의 역사적 과제이다. 그리고 그 과제를 풀어갈 단서는 지속적인 교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다. 60년 이상 분단 상황이 계속되면서 남북한의 문화교류, 특히 미술과 관련된 교류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북한미술을 소개하는 국내 전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북한의 조선화가 주를 이루었고, 그것도 단편적으로 전시되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전시 형태로 북한의 미술을 볼 기회가 적었던 터라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이 광복 70년 기념으로 개최하는 <북한프로젝트전> (7.21~9.29)은 무엇보다 반가운 전시이다. 북한의 미술과 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흥미롭게도 ‘프로젝트’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전시를 담당한 여경환 학예사는 기획전 서문에서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pro)’ ‘만들어가는(ject)’이라는 적극적인 실천의 행위에 방점을 둔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체적인 전시 구성에서 이러한 프로젝트의 의미를 살리려고 한 노력이 여실히 엿보인다.
전시는 크게 세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북한 내에서 제작된 유화, 포스터, 우표 등이 전시된 곳은 북한의 시각문화를 그 자체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북한 포스터이다. 포스터의 대부분은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북한 미술의 조형성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 작가 닉 댄지거, 에도 하트먼, 왕궈펑 등이 북한의 문화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 또한 돋보인다. 작가들은 사진으로 북한의 문화풍경을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예술적 감성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작가 강익중, 권하윤, 노순택, 박찬경, 이용백, 전소정, 탈북 작가 선무 등은 북한과 분단의 문제를 저마다의 고유한 시각으로 주제화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번 <북한프로젝트전>은 북한의 미술과 문화를 내부, 외부 그리고 경계라는 세 가지 문화적 층위에서 조망하는 듯 보인다. 이는 북한 작가, 외국 작가 그리고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햇다는 점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시를 기획하기란 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자료 수집 그리고 작품을 선정하기까지 특별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힘든 작업 또한 많았을 것이다. 물론 비판적 시각으로 볼 때, 전시 구성에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화적 층위들이 다소 인위적으로 혹은 도식적으로 연결된 듯하고, 또한 너무 많은 이야기가 제시된 듯해서 약간 산만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미술과 문화를 시각문화의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조망하고자 시도한 전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아쉬움은 간단히 뒤로 밀려난다.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북한의 미술 및 문화와 관련된 전시가 해외 블록버스트 전시나 유명한 작가의 특별전보다 더 주목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분단은 우리의 구체적 현실이며, 통일은 우리의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미술의 한류, 경매, 세계화 등에도 관심을 두어야겠지만, 현재의 한국 미술계가 남북한의 미술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향후 북한의 미술과 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촉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임성훈 미학, 미술비평

위 이용백 <우리에게 희망은 언제나 넘쳐나>알루미늄, 흙 350×200×120cm 2015